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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8일

이번 선정 도서는 "돈키호테" 입니다.



"당신은 돈키호테를 얼마나 아시나요?"


'돈키호테'는 열정 그 자체다. 무기력과 나태를 물리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도도한 꿈을 추진해나갈 힘을 준다. 읽어본 사람은 동감할테고, 아직 읽지 않은 이는 보면 안다. 돈키호테는 뭍에 올려진 산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생명력 그 자체다.


원제가 '재치 있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고 익히 알려진 것처럼, 기사소설에 심취한 시골 노인이 세상을 떠도는 편력기사가 되어 좌충우돌 모험을 겪는 이야기다. 중세에서 근대로, 낭만주 의에서 사실주의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최초의 근대소설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야기 도중에 작가가 개입한다거나 소설의 등장인물들까지 돈키호테라는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장면 덕에 현대적인 메타 픽션의 선구적인 사례로도 설명된다.


이상과 꿈을 대표하는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적 인물 산초는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하지만, 주인과 지내며 산초는 차츰 변화하여 작품 말미에는 돈키호테에게 동화된다. 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양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상과 현실의 완벽한 분리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끝내 산초가 돈키호테에 가까워지는 모습은 꿈을 간직하는 것이 인간에게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항간에는 돈키호테가 모험소설이라는 명성에 비해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미국의 작가 클리프턴 패디먼의 지 적처럼 돈키호테는 오늘날 사람들이 '읽기보다는 인용하기를 더 많이 하고, 즐기기보다는 칭찬하기를 더 많이 하는 책'이다. 또한 그는 세르반테스야말로 역사상 최악의 시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며 돈키호테를 읽을 때 곁다리 에피소드나 시가 나오면 건너뛰라고 조언한다. 영국의 작가 서머셋 몸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돈키호테를 칭송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완독한 사람은 별로 없는 이유다.


한국에는 오랫동안 중역본이나 축약본만 나와 있었다. 스페인어 번역의 어려움 탓이었는데, 고맙게도 2004년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을 기념해 완역판을 내주었다. 산문시에 가까운 작품 원본을 고증한 덕에 장황하고 철학적인 대사들로 도배되어 있고, 매우 두껍다. 그래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클리프턴 패디먼의 조언처 럼 난해한 부분들은 넘어가고, 그저 스토리만 따라가도 좋다. 당신에게도 꿈이 있거나, 있었다면 읽는 방법 따위 상관없이 작품에 담긴 가치는 구구절절 전해질 거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내가 저 구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없음 너머 있음의 희열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 다섯 줄에 쓰여 있지 않은 결과에 대해 쓰고자 한다. 모든 결과엔 과정이 있고, 시도를 통해 실현으로나아간다. 가능성 없어 보이는 도전에 대한 시를 담담히 노래할 수 있을 때, 차분함과 의연함이 갖춰진다. 현실이 우리 앞에 세워둔 단단한 장벽은 단숨에 허물어지지 않으니, 모서리부터 조금씩 갈아 나갈 끈기가 필요하다. 인고를 인내하지 못한다면, 꿈은 단어의 사전 정의 1번 항목처럼 잠결에나 볼 수 있는 정신 현상에 그치고 말테다.


꿈을 이루는 건 황홀한 일이지만, 이룬 뒤 막상 허망해질 수 있는 것도 꿈이다. 이왕이면 진압되지 않는 큰 불 을 지르자. 영영 꺼지지 않는 뜨거운 동경 하나 가슴에 품는다면 일생의 동기부여로 삼을 수 있다.


삶은 탄생부터 하드모드다. 적의 난이도를 선택할 권한 같은 건 없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그 속 구성원들의 시선과 말, 세간의 평가와 점점 발전이 요구되는 역량의 폭과 깊이. 심지어 어떤 일에 있어 스스로의 만족도까지. 그때마다의 성장치만큼 만만찮은 적들은 어 김없이 나타나고, 헤쳐 나오기 위해 영리해져야 한다. 나는 이길 수 없을 듯 보이는 적을 '한계'라 부른다. 최 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한계를 넘을 수 있다. 방법을 강구할 때 끈기도 발휘되는 법. 한 번이라도 한계를 넘어본 사람은, 기어이 적들 앞에 이길 수 없는 적이 된다.


물론, 한계를 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계 앞에서 딱 한 발 더 나아가면, 고통을 견디어 마침내 이겨내면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풍파를 헤쳐 온 사람의 아우라는 압도적이다. 고통의 역치가 높아질수록 역량이 강화된다. 사실, 인생의 희열은 여기에서 온다. 힘들게 이룬 일일수록 보상의 기쁨도 커지고, 그 한 순간을 위해 무수한 고통의 나날을 이겨낼 가치가 있다. 짧은 행복이지만 자주 느끼기 위해 고통에 뛰어든다.


[저 하늘의 별을 잡을 순 없어도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진심을 내 보이는 사람, 이길 수 없는 적 앞에 주눅 들지 않는 사람, 견딜 수 없는 고통 너머 행복을 맛 볼 줄 아는 사람, 그리하여 별처럼 빛나는 아름 다운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 그와 같은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간다면 저 하늘에 별을 잡은 것과 무엇 다를까?

불가능은 가능에 불붙은 단어다.


부분발췌: 낭비 (2017.11.06), "내가 돈 키호테를 좋아하는 이유", Brunch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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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원제: 라만차의 돈 키호테

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 in Spanish

The Ingenious Gentleman Don Quixote of La Mancha / in English


미겔 데 세르반테스 저 / Miguel de Cervantes

분류: 스페인 고전문학

- 모임날짜: 1/28/2023 (토)

모임시간: 5 - 7:30PM

모임장소: 온라인


+ 참석을 원하는 분들은 오픈톡에서 RSVP를 부탁드립니다.


+ 온라인모임입니다. 당일 오전에 카카오톡을 통해 개인별로 초대장이 발송되니, 운영자 "재호"와 1:1 대화기록이 없는 분들은, DMV북클럽 오픈챗방에서 아이디 "재호"를 찾아 1:1 Open Chat 줌 링크를 요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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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aire


Gawon Lee
Gawon Lee
31 janv. 2023

+ 책이 이렇게 방대한 장편인줄 예전에는 미처 알지못했다. 좋은 기회로 잘 읽었다!


+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한데다,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수많은 등장인물과 함께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흐르는 리듬감이 덜한 산문임에도, 읽어나가는데 끊김이 없다. 메타픽션과 액자형식등의 파격 기법 위로 동네마다 떠돌법한 구전이야기들을 쌓아올려 한 권의 책으로 발전시킨 점이 돈키호테를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게하는 요인 인 듯하다.


+ 지독하리만큼 소설 내내 코미디를 담아내는 이유는 아마도 검열때문이었으리라. 작가는 시대의 혼돈과 그에대한 자신의 생각을 희극으로 포장했다. 책에는 희화화된 작가의 숨은 메세지들, 이를테면 종교비판, 결혼관, 기사도 문학, 사회정의와 도덕, 정치에 대한 신념등이 자세하고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게다가 작가는 이러한 야유와 풍자를 "미친놈식 유머코드" 하나로 통일시켜버리면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도 있었다. (일거양득)


+ 돈키호테는 선택적 미치광이었다. 원하는대로 방랑의 기사와 알론소 키하노로의 스위치를 자유자재로 껐다켰다가 가능하다. 비루한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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