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완전히 어둠에 덮여 버렸다. 아득한 산꼭대기에 싸라기만큼 희미한 빛이 감돌고 있었고, 수증기 같은 한 줄기 빛이 서쪽 하늘에 비껴 있을 뿐이었다.
밤하늘이 이처럼 깊고, 별들이 이처럼 찬란하게 빛나 보인 적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만일 한번이라도 한데서 밤을 새워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 만물이 잠든 깊은 밤중에 또 다른 신비의 세계가 고요함과 적막 속에서 눈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 샘물은 훨씬 더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연못에는 자그마한 불꽃들이 반짝인다. 산들의 온갖 정령들이 자유롭게 노닐며, 대기 속에서는 나뭇가지나 풀잎이 조금씩 자라는 듯한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게 스쳐 지나간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별은 바로 우리들의 별이죠. 저 "양치기의 별' 말입니다. 우리가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또는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춰주는 별이랍니다. 우리들은 그 별을 '마굴론'이라고도 부르지요."
아가씨는 훤하게 먼동이 터 올라 하늘의 별들이 하나 둘 씩 스러질 때 까지 꼼짝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대어 있었다.
나는 가슴이 설렘을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밤하늘의 비호를 받으며 잠든 아가씨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부분발췌
<별 the Stars> 알퐁스 도데 Alphonse Dodet
단편집 <풍차 방앗간에서 온 편지>에 수록
1868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