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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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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여성> 3권 3호, 193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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